어젯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회식을 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회식이었지만, 대학교 동기이자 알바 동료이며 동거인이기도 한 H씨가 던진 농담에 기분이 굉장히 나빴습니다.
필자가 내일 오전에 C랑 공모전 회의가 있다하자,
그는 “아~ 그 여자애 남자친구 없다고 또 ㅋㅋ” 라 한 것인데요.
평소 가까이 지내는 형이지만, 여자친구가 있는 제게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지나친 장난은 매우 불쾌하게 느껴지더군요.
그의 장난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저를 한순간에 불건전한 이들에 결속시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자리에 있는 이 중 한 명은 자녀가 두 명 있는 유부남임에도 평소 유흥(성매매)를 즐기는 이었기에, 저는 마치 그 사람과 저를 동일시하는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님에도)
회식 자리에서 오가는 섹드립과 유흥에 관한 말은 늘 불쾌했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화가 치밀어올랐고 이성마저 참지 못하고 욕설이 나왔습니다.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습니다. 그것이 처음 들어본 저의 욕설에 기인된 것인지, 별 시덥지 않은 장난에서 기인된 것인지 혹은 모두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내 앞자리에 앉은 저 사람이 나를 모욕했다는 사실이 전부였습니다.
다음 음식을 놓기 위해 테이블을 치울 무렵, 저와 그 단 둘의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다가오는 그와 그 모습을 보고도 지나가는 저였습니다. 저급한 선넘음과 그간 보여준 그의 문란함이 이젠 용인의 한계에 달했달까요.
그는 저를 붙잡으며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말하더군요. “근데..”
그는 그런 감정을 바로 드러내지 말라하였습니다.
이전에 비슷한 상황을 두고 토론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을 넘었다고 느껴지는 말에 저는 ‘불편하다’ 바로 말하는 편이었고, 그는 상대방에게 얻을 이익이 있다면 웃음을 파는 것이 좋다 하였죠.
저는 이익을 위해 존중이란 가치를 폄훼하고 싶지 않기에, 토론 끝에 서로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시의 토론은 ‘이익을 위해 모욕에도 가만히 있을 것이냐’는 것이 핵심 쟁점이었다면, 이번 상황에서는 ’즐거운 분위기에 직설적인 발언으로 주변을 당황하게 할 것이냐‘ 였습니다.
그의 주장에 저도 동의하였습니다.
그는 회식 자리의 다른 이들 모두 즐겁기 위해 있는 것이니, 그런 이야기는 단 둘이 나누는 것이 적절하다 하였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대해 쟁점을 달리 잡으니 생각이 변화하더군요. 예전엔 상대가 선을 넘었다면 즉시 불쾌감을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통해, 때로는 ‘언제, 어떤 자리에서’ 말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걸 배웠습니다.
분명히 배워갈 점이 있는 말이고 상황이었지만, 그에 대한 저의 인식은 오히려 실망스러워졌습니다. 저의 화가 풀리기 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이 문제였는데요. 만일 정말 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면 상대방에 감정이 가라앉을 때 까지 기다린 이후,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야기할 것입니다. “내가 평소에 너한테 잘해주고 말 이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 알잖아” 라는 말을 하는 순간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아, 이 사람은 지금 본인이 망신 당한 것이 더 분하구나”타인의 즐거움을 논하며 망신에 분한 그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점차 그와 거리가 생기는 것이 느껴집니다. 합의된 금액을 매달 지불함에도 생활에 지장을 주다니요. 오후 11시 방에 들어와 제가 자는 시간에 불을 키고 컴퓨터를 하는 존중의 가장 기본도 못한 행동을 하다니요. 한마디 하고 싶지만 더 이상 이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고 싶지 않아 참고 삽니다. 분명 잘해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간성의 결이 맞지 않으니, 어쩔 수 있겠는지요.
분하고 어이없는 마음이 글에 가득 담겼네요. 그럼에도 분명히 하고 싶은 건, 웬만한 경우 회식 자리에서 그런 불편한 말에 큰 불편감을 표하지 말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다들 즐겁기 위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죠. 사장님 친구분께서 개인적으로 또 의견을 공유해주셨기에 더욱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분한 마음은 분한 마음대로, 또 배워갈 점은 배워가는 제가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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